[여행의 향기] 구석구석 돌아본 스위스…싱그러운 연인을 만나다

입력 2016-08-21 15:50   수정 2016-08-21 16:00

스위스 생 갈렌·루체른·샌티스 여행

시틀리스알프 산책길…넉넉한 미소에 더 반했네




위풍당당한 알프스 고봉들이 한 농부를 내려다보고 있다. 큰 갈퀴를 든 농부는 무심한 표정으로 마른 풀을 긁어모으는 중이다. 드넓은 초록빛 들판 위를 걷던 커다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소가 움직일 때마다 목에 매달린 종이 쩔그렁대며 계곡에 울려 퍼진다. 그 뒤에 있는 단조로운 목조건물 한 채가 아름다운 전원풍경에 마침표를 찍는다.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듣자 뭘 이런 걸 찍느냐는 듯 농부가 빤히 바라본다. 그에게는 일상이겠지만 여행객에게는 찬탄이 터져 나오는 장면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번잡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스위스의 숨은 모습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서

취리히에서 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곳에 있는 생 갈렌(St. Gallen)은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놓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다. 도시의 기원은 612년에 아일랜드의 수도승 갈루스가 이곳을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생 갈렌이라는 도시명도 이 수도승에게서 비롯됐다. 전설에 따르면 갈루스가 나무로 만든 암자를 지을 당시 곰이 나타나 건축을 도왔다고 한다. 도시 곳곳의 갈루스 관련 조각과 그림에 곰이 함께 보이는 이유다.

생 갈렌에는 고풍스러운 옛 건물이 여럿 남아 있는데 둘러보면 중세시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에 온 듯 비현실적이다. 건물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벽 밖으로 쑥 튀어나온 발코니인 퇴창(oriel window)이다. 당시에는 퇴창의 유무에 따라 집주인의 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15세기부터 생 갈렌은 품질 좋은 자수와 레이스 같은 직물을 생산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직물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집에 퇴창을 냈다. 현재 생 갈렌에는 퇴창을 가진 건물이 111개 남아 있다. 집마다 각기 다른 조각을 새겨 넣은 퇴창은 생 갈렌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됐다.

1983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지의 생 갈렌 수도원 지구와 부속 도서관은 도시 관광의 하이라이트. 피터 텀(Peter thumb)이라는 건축가가 1755~1768년까지 13년에 걸쳐 지은 대성당에는 천장에 거대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오르간 선율이 울려 퍼지는 대성당에서 장엄한 천장화를 찬찬히 보고 있으니 경건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대성당 뒤편에는 수도원의 부속 도서관(stibi.ch)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라는데 외관은 평범하다 못해 단순해 보인다. 도서관 입구에는 그리스 문자로 ‘영혼의 약국’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도서관을 영혼을 치유하는 장소?비유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나 보다.

루체른(스위스) 글·사진=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아치 형태의 도서관 천장에는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로코코 양식의 호화로운 나무 장식은 번쩍거리며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도서관이 아니라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미술작품에 가까웠다.

유려하게 굽은 나무책장 안에는 언뜻 보기에도 수백 년은 족히 넘은 듯한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다. 도서관의 보유 장서가 약 17만권에 달하며, 8~15세기까지 수도승들이 직접 필사한 고서만 2100권 정도 남아 있다. 이런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에 생 갈렌은 유럽에서도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근교 드라이 바이에른(Drei Weieren)은 생 갈렌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시내에서 도보로 15분 거리라서 언제라도 편히 갈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연못은 여름에는 야외 수영장으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인다.

6개국이 한눈에 보이는 샌티스 산

스위스를 이야기할 때 산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명산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스위스 관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생 갈렌 남쪽에는 해발 2502m의 샌티스(Santis) 산이 있다. 스위스 동북부의 알프슈타인(Alpstein) 산맥 중 가장 높은 산이다.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스위스를 포함해 독일,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6개국이 보인다는 점?특이하다.

생 갈렌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닿는 슈베그알프에서 센티스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바라본 주변 경관은 방문객의 넋을 잃게 한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 아래 펼쳐진 푸른 들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들과 펄럭이는 스위스 국기는 여기까지 온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케이블카 바로 옆 슈베그알프 치즈공장에선 치즈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스위스 치즈의 역사는 약 2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알프스의 깨끗한 자연에서 풀을 먹여 건강하게 키운 소, 오랜 전통의 치즈 제조 기술이 결합해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현대적인 생산 시설을 갖춘 현장을 둘러보며 직접 맛을 보고 치즈를 살 수도 있다. 현지에선 숙성시간이 길수록 좋은 품질의 치즈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강한 맛과 향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시식 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를 타니 10분 만에 산 위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더워서 반소매 옷을 입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덜덜 떨릴 정도다. 준비한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고 정상부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7~8분 정도 오르니 시야가 탁 트였다. 흰 구름을 수염처럼 매단 고봉들과 빙하가 보이고, 산 밑의 아기자기한 도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치를 이룬다.

전망대 내부의 레스토랑(Sntisgipfel)에선 커다란 유리창 너머 펼쳐진 멋진 풍광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날씨에 따라 숨바꼭질을 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숨는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먹는 음식은 더욱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

동물과 교감하는 특별한 루체른 여행

취리히에서 약 50㎞ 남쪽으로 내려가면 스위스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루체른(Luzern)에 닿는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로 스위스를 가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길 원하는 곳이다.

루체른 역에 도착해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루체른을 상징하는 역사유적 카펠(Kapell)교가 보인다. 14세기에 지었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로이스(Reuss) 강을 가로지르는 카펠교는 마치 요새처럼 보인다. 붉은 지붕으로 덮인 다리와 꽃으로 장식한 난간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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